대학교 — Wed, April 11, 2018
대학교는 마음으로 생각한 이상으로 생소했다. 평균 연령이 훅 떨어지는 공간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멍한 기분으로 몇 시간을 토로하였다. 아이들 중 일부는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특강’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산 선배의 기분으로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한다고 생각한 이야기를 하러 왔어요. 여행 가방 한가득 싼 출판물들을 그 친구들은 좋아하였다. 몇 시간이고 얼얼한 기분으로, 재단하지 않고 솔직한 말들을 쏟아냈다. 그래서 서울로 오는 길에는 달곰하고 우유를 탄 커피가 필요했다.
가끔 과거를 생각할 때 얼마나 잘했는지, 억울한 감정을 느끼는지를 떠올리기 전에 그때 더 할 수 있었던 무언가를 떠올리게 된다. 단순하게 정리하면, 잘할걸.
원고 두 개를 마감하였다. 오전에서 오후로. 서울에서 원주로 가는 기분은 그래서 조금 더 상쾌하였다. 친구가 교수로 있는 강의 특강은 그래서 최대한 열심히, 그 친구들의 눈높이로 마무리하였다. 많은 이야기, 다문 이야기가 사이에 존재하여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말하기 어려웠다.
오랜만에 소니 RX1을 꺼냈고, 별거 아닌 밤중에 툭 셔터를 눌렀다. 괴리가 느껴지는 친구들의 삶도 듣고, 다시 낮에 하였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지지부진한 문제들을 훌훌 털고, 설악산이든 어디든지 가보자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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