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것 — Fri, December 06, 2019
노아 바움백 Noah Baumbach 감독의 데뷔작 <졸업 연습 Kicking and Screaming>을 올해 보았다. 산책 BOOKWALK에서 처음 만든 '책가방'에 영화의 중간 인터미션을 (혼자) 헌정하고는 '중간고사 midterms'라는 단어로 넣었다.
그는 1995년에 데뷔작을 만들었다. 감독은 당연히 나이가 들었고 그보다 열 몇 살 족히 어린 나도 똑같이 나이를 먹었다. 다음 주 금요일 약속을 오늘로 착각했다가 잠시 맥이 풀린 후, 사무실에서 저녁을 먹고 감독의 최신 작품을 보았다. 스칼렛 요한슨 Scarlett Johansson과 애덤 드라이버 Adam Driver가 주연한 가족 영화 - 의 탈을 쓴 다 큰 어른들의 성장 영화 - 로 제목은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였다. 더는 20대 영화학도가 아닌 감독은 이제 20대 청춘의 방황과 순간과 지적 허영에 깃든 유희와 풋풋한 허무를 그리지 않는다. 대신, 결혼하였으나 위태로운 부부와 어린 아들이 나오는 영화를, 아주 현실적인 감정으로 우아하고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금요일 밤, 영화에 잔뜩 빠져서는 홀리듯이 취했다.
극장 여름 성수기와는 다른 감각으로 11월과 12월에는, 영화들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이 영화도 금세 보고 잊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타일일까 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역시) 기대를 보기 좋게, 훌륭한 수준으로 벗어난다. 부부는 각각 LA와 뉴욕을 상징한다. 그들은 모두 재능 넘치고, 타이밍이 맞지 않았으며, 서로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관심 없는 것에 금세 질리는 아이가 글자를 조금씩 더 읽게 되는 것처럼, 이미 사회적으로 성숙하고 생물학적으로 성장한 어른들 역시 조금씩 조금씩 더 살아가는 것과 지나가는 것을 알고, 또 이야기할 줄 알게 된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야 영화가 극찬받고 있다는 걸 보았다. 아무런 정보 없이 본 것은 무척 잘한 일이었다. '결혼 이야기'라니, 제목만으로는 절대로 고르지 않았을 테니까.
올해 본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이며, 감독 최고작 중 하나로 고르기에도 손색이 없다.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