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많음 — Wed, August 13, 2020

 

오전에는 맑았다가, 종일 비가 내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는 나날이다. 사상 최고로 긴 장마 아닐까. 그사이 제법 일을 했다. 촬영 세 개를 마치고, 인터뷰 원고를 하나 넘기고, 이제 길고 신중한 후반 작업이 남아 있다. 아위 ahwe의 첫 번째 에디토리얼 - 인터뷰와 사진으로, 서울의 여성들을 만날 것이다 - 준비도 같이한다. 여름 시즌의 작은 캡슐 컬렉션 촬영에 이은 두 번째 촬영이자, 제대로 나온 가을과 겨울옷들로 찍은 공식적인 첫 번째 촬영이었다. 아무리 준비해도 항상 아쉬운 점이 있다. 그걸 어떻게 정돈하고 포장하는지가 앞으로의 숙제 아닐까 싶다.

서점 산책 BOOKWALK에 거의 신경 쓰지 못한 나날이다. 서점에 새로 놓을 책은 쌓여 있다. 잡지들, 오래된 한국 책들, 몇 권의 외국 단행본들. 작년에 이은 두 번째 DCDC Day of Collaboration with Duffel Centre를 준비하며 이번에도 손작업이 깃든 무언가를 하였다. 1년간 쓴 수필 열 개를 모으고, 곳곳을 다니며 찍은 열 장의 사진을 인쇄한 A3 '포스터 에세이 poster essay' 시리즈를 만들었다. 산책에 책을 넣는 것이 아닌 - 이따금 발생하는 - 특별한 작업은 대체로 손이 많이 간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의도한 측면은 있다. 인쇄하며, 디자인하며, 재단하며 '실패'하던 과정을 본 선호 형은 결과물이 생각보다 괜찮다고 했다. 열 장의 포스터 에세이 중 두 장이 지금 내 책상 맞은편 폴리카보네이트 벽에 걸려 있다. 내게는 과거가 생각나는 사진들이기도 하다.

오늘 예보는 '구름 많음'이다. 창문 바깥은 맑지도 흐리지도 않다. 가능하다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한 시간 정도는 걸으며 땀을 흠뻑 흘리고 싶다. 긴 장마이지만, 이러나저러나 시간은 간다. 여전히 여름 한가운데에 있다.




Seoul, S.Korea

Tue, August 11, 2020

BOOKWALK 'Poster Essays' for DCDC, Duffel Centre

Photographed by Leica Q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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