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 July 04, 2021


본연의 여름을 끌어당기는 장마가 성큼 왔다. 주말 이틀간 서울은 어디든 비로 뒤덮이고 있다. 근래 이어진 산발적인 빗줄기와는 다른 차원으로 도시를 적신다. 이런 날에는 방수가 되는 카메라를 든다. 얼마나 찍을지 몰라도 그것만으로 한결 주말 기분이 든다. 

몇 가지 일의 비중을 조율하며 조금씩 쳐내는 사이에 틈틈이 나의 작업 계획을 적어본다. 아직 먼일이지만, <더 네이비 매거진 The NAVY Magazine> 웹사이트를 바꾸는 것은 올해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무수한 빗방울은 연한 안개를 짓는다. 먼 곳에 비치는 ‘공사 중’ 빌딩의 자태가 연무 사이에 놓인 채로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바뀐다. 정오에는 콘텐츠 작업을 예정한 어느 건물 공사 현장에 다시금 방문한다. 면면의 소재를 확인하고, 참여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최근 꽤 자주 서울을 떠나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 생긴 공간에 열성적으로 방문하거나 일주일의 많은 저녁을 사람들과 만나는 데 쓰지 않는 나날이다. 일 때문에 항상 스튜디오에 머물 터이니, 주말의 시간과 마음만큼은 도시에 있지 않아도 좋을 듯하였다. 어제 이 얘기를 꺼냈을 때 한 친구는 ‘늙었네’라고 진심 섞인 농을 건넸다. 딱히 반박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변한 건 사실이었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지 않고 그저 맞으며 쏘다니고 싶을 때가 있다. 대체로 어른의 사고가 방해하였으나 긴 여름의 중간에 하루쯤 실천해보고 싶다. 청량하지도 처량하지도 않은 딱 중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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