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환 憂患 _ Tue, June 06, 2017


지난 며칠, 내 개인으로서의 삶은 아무런 이상도 없었으나 집에 좀 우환 憂患이 생겼다.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전주에 정착한 누나의 시아버님께서 위독하다는 얘기였다. 얼마간 수 킬로그램이 쉬이 빠지며 도통 식사를 입에 대지 못하시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받으러 간 검사에서 암 가능성을 들으셨다. 뇌졸중도 이겨내신 분께서. 누나 시댁이라 내 선까지 교류한 기억은 없지만, 조카 둘이 태어날 때부터 한집에 산, 단 한 분뿐인 친할아버지이다. 

물론 우리 집에도 먹구름이 꼈다. 시한부 이야기가 돌고, 혈액 투석에 들어가실 예정으로 들었다. 며칠 입원하신 사이 아직 천진난만한 둘째 조카와 통화하셨는데, 사랑해요, 라고 말하는 아이 목소리에 눈물 흘리셨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몹시 안 좋았다. '지금' 상태에서 항암 치료는 아주 고통스러운 과정이고, 그 과정을 견뎌내더라도 앞으로 1년 정도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순간 철컹, 내려앉은 마음을 넘어 며칠째 무겁다. 삶과 육체와 정신적 건강과 주변 사람들을 어떤 계기로 생각하곤 해도,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들이 많다. 누나의 가족이 된 어르신과 가족이 겪을 심경이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며칠 사이, 연명을 위한 항암 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전화를 누나로부터, 엄마에게 들었다. 엄마는 누나의 시아버님과 통화하였다. 투석을 위해 제한된 통원 치료를 택하시고는 집으로 오신 후, 첫 통화였다.

중고등학생 시절 수년 간 외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적이 있다. 꼬장꼬장하고 자기 막내 아들만을 위해 미련할 정도로 모든 걸 일찍 포기한 외할머니는 아직 사춘기를 지나던 내게 결코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외할머니의 마지막 1년은 한 다리 건너 핏줄이던 내가 보기에도 괴로운 투병 생활이었고 그 중심에 신장 투석이 있었다. '투석'을 겪어본 환자 가족들은 그 지난한 고통을 안다. 투석 자체는 조심하여 매일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투석을 받는 몸은 기력이 쇠약해지고 온갖 합병증에 걸리기 쉬운 몸이 된다. 누나의 시어머니께서는 - 내가 생각하기에는 - 뜻밖에도 담담하셨다고 한다. 어떤 일들은 실제로 우리가 나이를 먹어가며 '생기게' 되고, 사람들은 그들 각자 시간 차이가 있을지언정 대비하거나, 혹은 받아들여야 한다. 말로는 생각으로는, 정리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어떻게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지. 

전주에는 곧 부모님부터 한 번 방문해야 할 것이다. 원거리라 오가는 게 쉽지 않아 누나 결혼식 이후 따로 뵌 적이 없는 나도, 이른 시일 안에 동석할 것이다. 

아이들은 크고, 세상에는 온갖 많은 일이 벌어지는데, 누군가의 가족들은 그들만의 고통을 삼키면서 살고 있다.


Seoul, S.Korea
Thu, June 01, 2017


Sunlight


photograph by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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