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cle] Takashi Homma: Stars and Stripes - New York
Urbänlike Magazine January-February 2016
No. 29 / The TASTE issue
Chapter Three – STORY
OBJECT
<어반라이크> 마지막 장, ‘오브젝트 OBJECT’는 의미 있고 훌륭한 모든 것 중 하나를 골라 이야기하며 한 호를 마무리합니다.
Takashi Homma: Stars and Stripes - New York
Total 112 pages, published by Magazine House Co (Sept. 2002), 20.8 x 15.8 x 1.2 cm
서울 거리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길 좋아한다. 처음 <어반라이크>에 출근하던 날, 마무리할 외부 원고들이 몇 개 있어서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사무실 근처 커피숍에서 노트북으로 원고를 마치고, 멍해진 머리에 담배를 한 개비 물고 출근하려는데 이런, 시간이 제법 떴다. 오랜만에 신사동 근처 종종 들르는 외국 서적 전문 서점에 갔다. 입구 매대엔 철 지난 잡지들이 서글프게 파격 할인 중이었고, 안에는 여느 대형서점보다 훨씬 양질의 다양한 분야 서적이 빼곡했다. ‘월드 매거진’이란 곳인데, 모르긴 해도 책을 퍽 좋아하는 사장님이라는 생각이 방문할 때마다 든다.
딱히 사려고 생각한 책도 없었고 짐도 무거운 편이어서 20분 정도 책을 구경하다가 나가려는 길, 한 권이 눈에 들었다. <스타즈 앤 스트라입스 Stars and Stripes>. 이럴 수가. 좋아하는 걸 넘어 경외의 대상인, 그래서 무턱대고 인터뷰까지 했던 일본 사진가 타카시 홈마 Takashi Homma의 사진집이었다. 일본 유명 광고 회사에서 일하다 돌연 영국 런던행을 택하고 <아이디 i-D> 매거진의 기고 사진가를 거쳐 ‘도쿄 근교’ 풍경과 ‘인물’ 연작으로 저명한 사진가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이 책은 일본 잡지 <까사 브루터스 Casa BRUTUS·カーサ ブルータス>가 2002년 특별 호로 펴냈지만, 이미 구할 수 없는 ‘희귀본’이기도 했다. 출간 10년이 넘은 사진집은 ‘파격 할인’ 스티커가 붙은 채 책장 한편에 무관심하게 꽂혀 있었다. 두말없이 결제했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책은 ‘미국’에 관한 사진집이다. 그것도 21세기가 이 사건 전후로 나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9·11 테러’ 직후, 2001년 12월 26일부터 2002년 1월 5일까지 사진가가 뉴욕을 돌아다니며 찍은 작업 모음이다. 사진에는 당연하게도 고작 몇 달 지났을 뿐인 참사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수많은 추모 쪽지와 시든 꽃다발을 보고 여전히 마음이 시렸다. 반대로 이러한 의미를 모르고 보면, 너무나도 흔한 일상 풍경들이 함께 들어 있다. 청초한 하늘 중간에 뜬 여객기와 여전히 장관인 뉴욕 마천루 사진은 ‘9·11’이 아니라면 의미 부여할 가치도 없을 관광객의 기록일 뿐인데, 어쩐지 마음을 파고든다.
그때 무얼 했나 생각하니 이제 갓 대학생이었던 내가 있었다. 남의 나라에 일어난 테러에 분노했고 조금 비현실적으로 느꼈지만, 앞으로 달라질 이십 대 인생을 막 펼친 탓에 금세 잊었다. 그리고 다시 십몇 년 만에 좋아하는 사진가가 찍은 그때 사진들을 봤다. 말 그대로 2002년이 떠올랐다. 그때의 사람들과 이야기도 마음 어딘가에 울렁거리며 올라왔다.
<어반라이크 Urbänlike> 매거진 2016년 1-2월 합본호에 쓴 글입니다.
Written and Photographs by Hong Sukwoo 홍석우
Fashion Journalist, <The NAVY Magazine> Editor/ Fashion Director.
서울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컨설턴트, 수필가인 홍석우는 패션 바이어와 스타일리스트, 강사 등을 거쳐 미국 스타일닷컴 Style.com 컨트리뷰팅 에디터와 서울의 지역 문화를 다룬 계간지 <스펙트럼 spectrum>과 <어반라이크 Urbänlike> 편집장 등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의 거리 사진을 올리는 블로그 ‘yourboyhood.com’을 운영하고 있다.
Written and Photographs by Hong Sukwoo 홍석우
Fashion Journalist, <The NAVY Magazine> Editor/ Fashion Director.
서울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컨설턴트, 수필가인 홍석우는 패션 바이어와 스타일리스트, 강사 등을 거쳐 미국 스타일닷컴 Style.com 컨트리뷰팅 에디터와 서울의 지역 문화를 다룬 계간지 <스펙트럼 spectrum>과 <어반라이크 Urbänlike> 편집장 등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의 거리 사진을 올리는 블로그 ‘yourboyhood.com’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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