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th of former South Korean President Roh Moo-hyun(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sat, April 18, 2009
forsythias from Eureung, the royal tomb of the 20th King Gyeongjong of the Joseon dynasty.
Seoul, S.Korea
mon, May 25, 2009
토요일 오전 아홉시 반 경, 나는 택시에 있었고 바람이 적당히 불었고 전반적으로 구름을 머금은 하늘은 조금 흐렸다. 새벽까지 마신 소주 탓에 숙취가 조금 있었고 땀은 흘리지 않았지만 몸이 무거웠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한 그 택시 뒷 좌석에서, 조용하게 흐르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듣고, 편한 자세를 취하려고 뒤로 한껏 젖힌 몸이 용수철처럼 튕겨졌고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믿기 힘들었다. 거짓말처럼 잔인한 사실이었다. 토요일 내내, 길거리에서 마주친 모든 사람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이야기했고 나도 그에 따른 무력감과 원망과 안타까움과 애도의 마음이 그득했다. 차라리 뉴스를 듣기 싫을 정도였고 어느 정도 현실을 그렇게 도피하면서도 다시 어느 술집에서 그의 뉴스가 나오면 귀와 눈을 한껏 기울였다. 몇 주간 계속 이어진 강의로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의 갑작스러운 여행 - 그런 지친 마음들을 정화하기 위한 여행이었는데 어제까지 내 고민들이 참 하찮게 느껴지고 국가의 어른이자 개혁의 상징이었던 그의 선택이,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펐다. 그렇게나 벽에 부딪히고 또 부딪히고, 다시 일어나고 또 부딪히던 사람을 보면서 좌절이란 말과 함께 도전이란 말을 보지 않았던가. 그는 강한 사람이지 않았던가. 그런 사람이 그리 갈 정도로 그의 심정은 팍팍했던 것일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대에 들어선 내가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해 뽑은 대통령이었다. 그의 경선 과정, 선거 전날의 행보, 당선 소식, 그리고 피 튀기게 힘들었던 대통령으로서의 과정과 그것을 보며 느꼈던 지지, 그리고 실망과 여운들까지. 훗날, 당시를 보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까.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의 시대가, 단지 경제 부분만이 아니라 어떤 국가적인 가치의 부분에 있어 일정 부분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변함 없는 생각인데 적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의 수장이라는 입장에 있으면서도 그 주류의 최정점에서 기존의 주류층과 달콤하게 타협하지 않았고, 굳건한 기득권의 벽에 항상 부딪히고 좌절하면서도 그것들과 동색(同色)이 되지 않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쳤다. 그도 인간이었고 그의 주위는 더더욱 속세의 인간이었기에, 그의 주변이 뇌물 수수니 하는 구시대적인 - 그가 그토록 혐오했던 - 혐의로 연일 신문에 오르고 내릴 때 나는, 사실 참으로 실망하고 분노했다. 정치라는 것에 회의를 느끼는 것은 일상다반사 같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가, 그의 주위가 그랬다는 것에 분노했었다. 그런 그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모든 숨통이 막힌 그가 극단적으로 택한 방법은, 결국 그에게 있어서는 최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죽음으로 슬퍼할 가족들과 그가 어떤 허물을 가지고 있더라도 사랑해 마지 않을 사람들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어떤 외침을 증명해야 했는 지도 모른다. 그 선택이 남은 이들에게는 한없이 상처이고 이기적이 행동이더라도. 스스로에게, 혹은 스스로를 위해서.
그의 유서를 보고, 들었다. 방송에 나온 그의 유서를 비슷한 음색과 사투리 억양을 가진 성우가 읽었다. 그는 원망하지 마라고 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그와 반대측에 있던 정치인들은 조문을 거부당하고, 현직 대통령의 조화는 훼손되고, 경찰들은 시민들의 순수한 조문 행렬 사이에서 그들이 말하는 소위 전문 시위꾼들이 끼여 있을 수 있다며, 제2의 촛불 시위가 될 수 있다며 시청 앞 광장과 조문소 앞을 그 볼썽사나운 닭장차들과 전경들로 전부 막아버렸다. 노 전 대통령은 원망하지 마라고 했다. 그를 지지하는 노사모이든 그의 반대편에서 그에게 독설과 상처를 입히던 사람이든, 혹은 진심이든 아니든, 그 자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을 편 가르고 자신의 가는 길에서조차 그들의 갈등을 보길 원치는 않을 것이다. 그가 원하든 원치 않았든, 그의 죽음은 통합보다는 갈등을 더 유발할지도 모른다. 이 부분은, 적어도 그가 택한 극단적인 선택이 옳지 않았다고 해도 그를 위해 남은 사람들이 충분히 생각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평생을 통해,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그가 원했던 것은 바로 갈등을 벌이는 사람들이 악수하고 소통하고 통합하는 모습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그를 지지하든 아니든, 그를 사랑하든 아니든, 그의 친구이든 아니든, 그가 가는 마지막 길에서만큼은, 그리고 더 이상 그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지금은 그가 생전 그렇게 추구하던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더 큰 마음으로 포용하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설령 그것이 원수 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아직 서거 만 이틀도 되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나눌 것이고 뉴스에서도 인터넷에서도 그를 애도하고 기억하는 소식들이 쏟아질 것이다. 요즘은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세상을 뜬다. 자살은 항상 가장 멍청한 선택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주위의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은 무책임하고 극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를 애도하지만 그의 선택을 결코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슬프고 안타깝고 가슴이 저리다. 죽은 이는 항상 잊혀지기 마련이지만 먼저 간 이들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 또한 산 사람들의 몫일 것이다. 뉴스에서 본 어느 평범한 시민의 말처럼, 하늘나라에 가서는 정치하지 마시라. 그저 평범한 노년을 보내는 소시민처럼, 그가 바랐고 지지했고 겪었던 어느 시절의 그 자신처럼, 그의 눈물과 웃음과 이마의 주름처럼 그렇게 편히 사시라. 그곳에서는.
1946 - 2009
Rest in peace...Mr. Roh Moo-hyun who former South Korean President...
written by Hong Sukwoo (yourboyhood@gmail.com)
I couldn't understand why people were so upset about his death (perhaps because I'm stil young and naive and maybe coz I wasn't in Korea when he was in power) but after reading your post I now kind of understand the grief.. R.I.P Mr Roh...
ReplyDelete사회적인 영향력과 '대의'가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무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슬픔이나 개인의 '정감'보다 과연 앞설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짧은 코멘트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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