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_ sat, November 13, 2010

세계 정상들이 스무 명이나 서울에 오고, 비즈니스와 종교와 언론의 서밋(summit, 정상회담)이 열리고, 국가에서는 일부 지역 사람들에게 자발적 2부제 협조를 당부하고, 여러 곳에서 시위했지만 언론들은 크게 다루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그 시위에는 별로 공감하지 않았고, 그 외에 아무리 생각해도 코미디 같은 일들 몇 가지, 뭐 그런 것들은 해프닝(촌극) 수준이라고 해도.

사실 나는 G20 회담 자체에 반대는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정부에서 엄청난 성과처럼 회담 유치를 선언했을 때 그들이 자부심을 느낄 정도라면 그래도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어제 끝난 서울 선언문을 생중계로 보면서, 요즘 세계 경제 이슈 중 가장 중요한 '환율 전쟁'에 대한 어느 정도 합의점을 도출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지만 그러면, 그다음은? 이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G20은 세계 경제의 80%를 차지하는 정상(국가)의 모임이다. G7(서방 선진 7개국 회의)에 들지 않은 아시아 국가가 최초로 G20의 의장국이 되어 자국에서 개최한 것, 이런 것은 혹자가 대통령, 혹은 이 정부를 싫어한다고 해도 분명한 성과 중 하나일 것이다(자본주의 사회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겐 G20 자체가 엄청난 반감이 드는 일이겠지만). 부끄러워하거나 자부심을 갖지 않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주요 20개국의 정상회담이란 것은 아직 경제 이슈만 다뤄도 벅찬 걸까. 우리에게 경제는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지만, 그 외의 것을 동등한 수준의 아젠다(의제)로 다루기엔 사람들 삶이 아직도 팍팍한 걸까…?

요즘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주도하 는 빈곤과 기아 퇴치를 위한 노력 같은, 범지구적인 차원에서의 환경 얘기라든지, 그렇게 정부가 신경 쓰는 녹색 성장에 대해서 - 한국이 정말로 이 패러다임을 주도하려 한다면 - 환율 전쟁의 합의와 비슷한 수준의 무언가를 제안하고 발표할 순 없었을까. 사실 환율 전쟁이라는 이슈도 미국과 중국이 큰 축을 차지하고, 일본과 독일 같은 나라가 그다음이지 않나.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그들의 전쟁을 중재하려고 한 성과를 발휘한 셈이지만, 한국만의 이슈를 만들어서 선점하고, 그것을 선언문의 형태로 할 수 있는 합의를 냈다면 아마 훨씬 커다란, 진심에서 우러나온 자부심이 생기지 않았을까. 무지한 내가 모르는 걸까, 아니면 이틀이란 시간은 그런 거대한 이야길 하기엔 벅찰 정도로 짧은 걸까.

스무 개의 나라 정상들이 모여 회담한다고 해서 그간 보인 기사와 몇 가지 씁쓸한 해프닝은, 마치 중고등학생 시절 '장학사 감찰' 온다고 전교생이 청소하고 난리 법석을 떨던 광경을 떠올리게 했다. 아마도, 정부가 그러지 않았어도 우리들의 수준은 몇 번의 커다란 세계적인 이벤트를 거치며 올랐을 것이다. 해프닝과 패러디에 대한 얘기는 웃고 넘기는 수준에서 그만두자. 이 합의 기관이 정말로 유효하고 또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우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껍찔 속 열매를 까보는 것이 현명하다. 당국자와 정부, 그리고 언론 또한 보여주고 생색내기 식의 평가보다, 정작 회담 자체에 대해선 얼마나 진지한 논의가 있는지, 그들이 다룬 이슈 이상의 것들, 한 마디로 보여주지 않은 것들에 대한 비판적 의견 제시도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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