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Menswear Designers in Seoul


10 Menswear Designers in Seoul

지난 동안 한국 패션계의 괄목할만한 성과 하나를 꼽자면, 단연코 '남성복 디자이너들의 부흥'이다. 서울패션위크의 남성복 컬렉션은, 매출이나 고객 숫자 외적인 규모로 뚜렷한 차이를 드러내는 여성복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고, 컬렉션을 관람한 외국 언론인과 바이어 일부는 남성복에 더욱 각별한 애정을 보낼 정도였다. 지난 10 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킨 기성 디자이너들과 다가올 10년을 준비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을 렌즈에 담았다. 각기 다른 아우라를 풍기며 남성복의 지평을 넓히는 그들은 겉모습만큼이나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우리나라 남성 패션의 최전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all text and photographs at Seoul, S.Korea in January 2012.



홍승완(ROLIAT)

'테일러(Tailor)'라는 단어를 뒤집은 '로리앳', 남성복을 해석하는 방법에서 부단한 연구를 해온 홍승완이 말하는 모던 비스포크(modern bespoke) 결정판이다. 유서 깊은 남성복의 정수를 뽑아 단지 복각하는데 그치지 않는 홍승완은 여기저기에 로리앳의 자국을 새긴다. 봐도 클래식한 베이지색 재킷 등판에 밴드를 넣고, 활동이 많은 남성에게도 편하게 만드는 식이다. 지난해 도산공원 근처 골목으로 매장을 옮긴 홍승완의 관심은 로리앳으로 보여주는 이상에 있다. EFC( 에스콰이아) 함께 만드는 에이드레스(a dress) 로리앳을 입는 남성들과 어울리는 가방과 액세서리, 구두를 만든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로리앳 컬렉션이 나타난다. 모든 것이 홍승완의 손끝에서 나온다.




김석원(ANDY&DEBB Courage)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날카로운 심사위원으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사실 김석원은 오래도록 중견 디자이너들과 신진 디자이너들의 가교 역할을 왔다. 앤디앤뎁의 반쪽 윤원정과 함께 세련된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 옷을 만들면서도 브랜드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뜻이다. 여성복 앤디앤뎁에 투영된 김석원을 오십 퍼센트라고 한다면, 앤디앤뎁 커리지(ANDY&DEBB Courage) 김석원은 퍼센트라고 있을 것이다. 앤디앤뎁 커리지는 그의 패션 판타지에 대한 옷이 아닌, 그의 '용기' 자체다. 남성이 풍기는 고급스러운 멋을 포착하는 앤디앤뎁 커리지는 길거리 혹은 술자리에서 만났던 그를 빼닮았다. 욕심 많고 재능 많은 김석원이 아직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고 해도, 오래 연마해 가치를 드러내는 보석처럼 존재할 것이다.




한상혁(MVIO)

시즌 사람들을 기대하게 하는 퍼포먼스, 이야기꾼(storyteller), 몽상가와 현실주의자의 접목 같은 단어가 한상혁을 나타낸다. 그가 지휘하는 엠비오(MVIO) 이런 단어들의 화학작용으로 만들어진 것도 자연스럽다. 사석에서 만난 한상혁은 종종 어린애처럼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 업계에서도 잔뼈가 굵은 디자이너라기에 그의 눈은 여전히 반짝거린다. 급진적이라기보단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한 엠비오는 지금 변화의 갈림길에 있다. 한때 '보타이' 대명사처럼 여겨진 엠비오 컬렉션이 점점 색깔을 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2011 , 앱솔루트 보드카와 함께 캡슐 컬렉션에서 '한상혁스러운' 옷을 선보인 엠비오의 수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 서울의 최종진화형일까, 아니면 파리 어딘가에서 만날 있을까.




고태용(Beyondcloset)

고태용을 처음 만난 사람들은 으레 패션 디자이너에게 가진 선입견이 깨졌다고 말한다. 그는 예상보다 쾌활하고, 낯을 가리지 않고, 처음 만난 사람을 대하는 것도 서툴지 않다. 신사동 작은 공간에서 컬렉션을 선보인 이후, 서울 남성복 씬의 변화를 이끈 개의 하나인 비욘드클로젯은 최근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 불투명한 서울패션위크의 행보와 그에 따른 주위 디자이너들의 위축이 아직 성장 단계인 고태용에게 숙제를 던진 것이다. 젊은 남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룩을 만든다는 젊은 디자이너에게, 글의 첫머리에서 나열한 장점들이 지금의 고민을 돌파하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스스럼없이 다가설 있으면서도, 오래 보고 친숙한 친구의 한마디처럼 말이다




이상현(Leigh)

브랜드 이름이 레이냐고 물었을 이상현은 자신의 (Leigh)에서 따왔다고 했다. 어느 디자이너의 옷에 정체성이 담겨 있지 않겠느냐마는, 한결같이 선보인 그의 남성복은 꾸준히 지켜본 이들에게는 진화의 모습을, 처음 이들에게는 묘한 신선함을 안긴다. 날카로운 라펠의 재킷은 시즌에 맞춰 변하는 소재를 담고, 어떻게 하면 옷을 통해 남성성을 표현할 있을까 생각하는 그의 질문은 해를 넘길수록 농익는다. 언젠가 그에게 '남성복에서 재킷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질문받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한 답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누구나 생각하는 기본을 생각하는 그는 종종 이런 식으로 비틀고, 구축한 것을 다시 허무는 과정을 반복한다. 비틀면서도 비틀지 않고, 제자리에 있으면서도 점점 깊은 곳을 향하는 . 앞으로도 레이라는 이름으로 만나게 남성복 안에 이상현의 대답이 담길 것이다.




신재희(Jehee Sheen)

'옷으로만 모든 것을 보여줄 없는 시대'라는 전제에 동의한다면, 신재희가 앞으로 보여줄 작업에 관심을 둬도 좋다. 모든 컬렉션에서 '블랙' 기본으로 전개한 재희 (Jehee Sheen) 다음 컬렉션에선 그가 지금까지 아껴두었던 다른 재능 하나인 페인팅을 만날 있을 것이다. 거의 모든 시간을 신사동 아틀리에에서 보내는 그가 최근 개월 집중한 작업은 다름 아닌 그림인데, 2.5미터 높이의 커다란 캔버스에 일종의 추상화를 그렸다. 그림을 완성하느라 구매한 숯의 무게만 200킬로그램은 족히 나갈 같다며 웃는 그는, 호리호리한 소년부터 지긋이 나이 장년까지 어울릴 법한 옷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겨 놓았다. 클래식이라든지 헤리티지 같은 키워드가 전통이 아닌 트렌드로 소비되는 지금, 그래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디자이너에게 호의를 느끼는 것은 '' 얼마나 쉽지 않은지 공감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김재환(ALANI)

신사동 가로수길의 뒷길 안쪽 주택가에 흔한 창문 여러 개를 가진 갈색 벽돌집이 있다. 1층에는 어린이집이 있고, 4층에는 입구 한가득 화분을 놓은 가정집이 있는 곳이다. 같은 건물 3 301호에는 알라니(ALANI) 아틀리에가 있다. 층높이가 제법 높고 나무로 커다란 패턴 책상이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김재환은 봄의 남자들을 위한 데님 트렌치코트와 떨어지는 핏의 화이트 셔츠를 만든다. 아무 무늬도 없는 회색 스웨트셔츠에는 베이지색 가죽 소매가 붙고, 파랑의 심연(深淵)까지 들어간 듯한 니트에선 디자이너의 고집이 느껴진다. 만약 길에서 그가 만든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별다른 디테일이 없어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알라니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은 사람이 옷을 어딘가에 걸쳐 두었을 때다. 진중해 보이는 남자에게서 언뜻 소년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와 비슷한 감정. 알라니의 남성복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다.


 

최철용(Cy Choi)


지난 동안 '씨와이초이(Cy Choi)' 이름으로 선보인 번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최철용은 패션을 둘러싼 다양한 현대 문화의 조각들 - 그래픽 디자인, 사진, 예술, 그리고 과거에 대한 영감 - 어떻게 하나의 완성된 컬렉션을 구성하는지를 보여주었다. 혹자는 그의 컬렉션이 난해하다고 했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독한 담배를 개비 물고 너털웃음을 지을 아는 남자였다. 자신의 패션 경력 대부분을 이탈리아에서 보낸 그에게 서울은 고향의 땅이면서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번의 고배 끝에 수상한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기쁨도 잠시, 이미 그의 눈은 다시 이국(異國) 향해 있다. 좋은 가죽 가방을 만드는 일본 장인과 대중을 상대하는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이 코앞에 닥친 일이라면, 조금 멀리 바라본 마음은 '파리' 기울어진 것처럼 보인다. 손으로 빗고 손으로 찍어내는 작업에 익숙한 씨와이초이의 룩북을 보면, 손맛을 기억하는 패션 디자이너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된다.




강동준(D.GNAK)

어떤 대화를 나눌 , 자신이 아는 것을 과시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의 사람이 있다. 강동준은 이제 '연차' 제법 쌓인 남성복 디자이너이지만, 모르는 것에 솔직하고 그것을 인정할 아는 속을 가졌다. 서울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면서도 외국의 수많은 트레이드쇼에서 절치부심하고, 몸으로 부딪히면서 깨닫는 도전에 거리낌이 없다. 디그낙(D.GNAK) 엄연한 패션 브랜드이지만, 브랜드의 틀이 잡히지 않았을 때부터 사람 사람 만나 수십 번의 가봉을 보며 벌의 옷을 완성해가는 '수트 메이커'이기도 했다. 지금의 강동준은 디그낙과 함께 대중을 겨냥한 세컨드 레이블도 전개한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 고객을 맞으며 수트를 만들던 모습이 퇴색되었다고 느끼진 않는다. 디그낙 안에는 항상 수트에 대한 애정이 쉬고, 안에서 쌓인 시행착오가 지금의 디그낙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선호(GROUND WAVE)

몸의 굴곡을 타고 흐르는 옷을 만드는 명의 디자이너가 있다. 오웬스(Rick Owens), 다미르 도마(Damir Doma) 같은 이들은 고스(goth) 심취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미니멀리즘에 기반을 변형에 탁월해, 이미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그라운드웨이브(GROUND WAVE) 김선호는 궤를 같이하면서도 누빔 소재 같은 독자적인 디테일로 자그마한 세계를 만드는 중이다. 커다란 천을 감싼 듯한 재킷과 스커트 형식의 져지 탑은 마른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의 시선 또한 사로잡는다. 지난 수년간 항상 짧은 커트 머리를 유지한 서글서글한 눈매의 디자이너는 여전히 사진 찍히는 일이 어색하다고 한다. 어디서 어떻게 그런 옷이 나올까, 그의 마음속에 번쯤 들어가 보고 싶다.


written and photographs by Hong Sukwoo 홍석우 (yourboyhood@gmail.com)
fashion journalist and photograper of yourboyhood.com, and Harper's BAZAAR MAN contribut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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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se photographs and article was worked for Harper's BAZAAR MAN debut issue, March 2012. I was visited their studio and shop in January 2012. But unfortunately, this article wasn't put on the magazine. So I reveal the story and photographs of amazing ten Korean menswear designers in Seoul on yourboyhood.com. Enjoy,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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