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엇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_ mon, February 17, 2014
마감하는 혜진이가 주말 내내 회사에 있어서 일요일에는 오랜만에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녀 볼까 했다. 물론 토요일에도 오랜만에 백화점에 들르고, 인터뷰를 빙자한 수다 시간을 슬립워커 SLWK.친구들과 보내고 했지마는.
일요일에 한 일이라고는 입으로 무언가 먹고 내리 잠 잔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새벽에 깼다. 아침에 꽤 할 일이 많더라고. 처치 곤란인 잡지들을 하루 몇 권씩 보고, 글 쓴 것과 표지만 따로 모으고 버린다. 잡지의 숙명이라면 숙명이지만, 버리는 잡지들과 버리지 않게 되는 잡지들의 차이를 어느 때보다 골똘히 생각한다. 이미 4년에서 5년이 지난 잡지들 안에서 어떤 것들은 촌스럽고 어떤 것들은 빛바래지 않았다. 한 달에 한 권이라는 발행 시기는 일부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영원한' 무언가와 극단적으로 대치되어 있다. 하지만 어쩌겠나 싶기도 하다. 그 해, 그 계절에 가장 많은 사람이 입고 걸치고 마시고 누릴 무언가를 우리는 잡지와 잡지가 아우르는 환경 속에서 소비하고 있으니까. 누가 아닌 척해도 그건 별로 변치 않을 거다. 적어도 이 세계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뭘 했다고 벌써 오후 두 시나 됐지.
사람들이 자꾸 무언가 만들고 나 또한 그 안에 속해 무언가, 한다. 무언가, 한다는 것은 그를 위해 더 많이 버려지거나 드러나지 않을 것들을 생각하는 것이겠지.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타협이라든지 공유라는 단어 또한 실제로 행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가 싶다. 그래서, 일까. 요즘은 부쩍 더 자기 작업하는 이들과 그들이 만드는 무언가를 눈여겨본다. '걸작 masterpiece'이라는 단어가 통하는 환경의 결과물을.
주말에 두 개의 쇼핑을 했다. 원래 세 개를 할 예정이었지만, 이제 신발은 당분간 더 필요하지 않다고 속으로 뇌었다. 사실 쇼핑한 두 개 또한, 냉정하게 그리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크링크KRINK의 페인트 마커로는 무언가 그리고 싶었다. 베이프 BAPE®의 펜 케이스는 재작년인가 청담동 마이분 MY BOON에 들렀다가 봐두었는데 60% 할인가에 샀다. 우리가 무언가 살 때 그것 자체가 멋이 되고 뽐내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그 또한 결국 '쓰임'의 일종 아닌가. 어떤 사람들은 쓰임에 관해 더 생각하겠지. 무언가 만들고, 어떻게 쓰이고, 어떠한 도구로 사람의 삶에 결국 안착하는가. 이에 부합하는 기준에 가격의 높고 낮은 잣대는 별 쓸모 없다. 하지만 이러한 물건들을 더 보고 싶다. 인지상정.
매섭게 봄이 온다. 2월도 이제 하순이다. 2014년 초반 감상을 논하자면, 2013년에서 2014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만' 느낄 법한 연초의 혼란을 별로 느끼지 못하였다. 또래를 비롯하여 나이 먹음을 체감하는 모든 이와 만나 말한다. "갈수록 시간이 빨라." 온종일 작업실에 틀어박혀 몇 년째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이에게도, 온종일 밖을 돌아다니거나 사람을 상대하는 이에게도 시간의 흐름은 공평한가 보다. 모두가 엇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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