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entine's Day and BOONTHESHOP Cheongdam
Seoul, S.Korea
Mon, February 13, 2017
아침 일곱 시부터 열심히 일하고 난 화요일, 밸런타인데이 Valentine's Day 저녁의 차량 정체. 그래도 성수대교를 건너는 밤길 또한 노을 지는 시간만큼 좋아한다. 무작정 오르는 택시비와 지루한 좌불안석을 빼면.
분더샵 청담 BOONTHESHOP Cheongdam 1층은 규범 씨 KB Lee가 거의 1년 전 이야기한 대로 재단장했다. 분더샵 청담이 성대하게 문을 연 시점을 생각하면 꽤 이른 시일 안에 대대적인 개편이었다.
분더샵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를 볼 때마다, 그들이 이 청담동 거대 편집매장에 얼마나 많은 돈과 노력을 투자하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으리으리하고, 벽면 하나까지 완벽해 보이며, 다양한 범주의 상품군을 한곳에 담은 매장은 사실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들의 노고를 깨달으면서도 왜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띄고는 할까. 스니커즈와 하이엔드 스트리트웨어와 선물 가게와 온갖 동시대 패션 하우스와 매혹적인 화장품과 향수, 유서 깊고 장인 정신이 깃든 브랜드가 세계 최고 건축가들이 지은 터전 안에 들어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이 덜어낸 파이만큼, 더 작고 다르며 중요한 매장들이 서 있는 '운동장'과 '역할'은 어떤 식으로 더 기울어질까 떠오를 수밖에 없다.
새로 단장한 1층 매장에는 예쁘고 멋진 물건들이 아주 많았다. 첫 느낌은 마치 서울의 꼴레뜨 colette 1층 같다고나 할까. 꼴레뜨에 가면 2층 매장에는 그야말로 '후덜덜'한 가격의 기성복과 장신구들이 있고, 지하에는 갤러리와 화장품과 소품들이 있다. 그리고 1층은 조금 더 '민주적인' 공간이다. 수많은 관광객과 지역 사람과 패션 관계자들과 먼 나라에서 온 예술가들이 모인다. 그 낮은 허들이 지금의 꼴레뜨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종종 미스 사라 꼴레뜨가 직접 계산대에 서서 다른 직원들처럼 손님을 대하는 모습 또한 기업형 편집매장들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오프닝 파티에 모인 사람들이 북적대는 풍경을 보며, 분더샵 청담점이 1층을 전면 개편한 이유가 바로 오늘처럼 항상 사람들이 몰리길 바란 건 아닐까 생각했다.
청담동은 비싼 땅값과 인건비가 드는 곳이고 자체 생산보다 수익성이 낮은 수입 판매장들이 많다. 특히 패션에 기반을 둔 매장들은 살벌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팔아야 불황에도 버틸 수 있다. 수많은 매체가 매장들을 소개하고 그곳에 모인 유명인사들을 퍼트리지만, 평소에는 한적하고 뭔가 할 때만 사람들이 모이는 구조가 미래지향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분더샵 청담점은 1층을 반으로 나누었다. 정문 기준으로 왼쪽 공간은 관광객들과 젊은 손님들이 더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기존 고객과 수익을 책임지는 VIP들을 위하여 오른쪽 공간은 수십만 원짜리 향수부터 수천만 원짜리 시계를 아우르는 기존 럭셔리 공간으로 구분하여 더 선명하게 나눴다. 둘의 대비는 하나로 이어지면서도 전혀 다른 색을 띠고 있어 흥미롭다.
다음에 와서 사야지 생각한 건 이 책이었다. <팬페이지스 Fanpages>. 외국에선 다시 '진 zine' 느낌의 패션과 문화를 다룬 책들이 많아지는데, 사실 느낌만 그럴 뿐이고 세대교체가 좀 된 탓인지, 만드는 이들과 결과물 모두 예전 진들의 서툰 아마추어리즘보다 아주 세련되었다. 그 이상한 감각이 재미있다. 사진에 담지는 않았지만, 고샤 루브친스키의 2016년도 사진집 <더 데이 오브 마이 데스 The Day of My Death>도 반가웠다. 파리 꼼데가르송 트레이딩 뮤지엄 COMME des GARCONS Trading Museum에서 60유로 주고 샀는데 분더샵 청담점에서 7만 원이니, 사실 한국이 더 저렴하다. 참고로 이 책은 벌써 희귀 사진집이 되어서 아마존닷컴에선 200달러 가깝게 판다(누가 살지는 모르지만).
기대한 스니커즈 부문은 조금 아쉬웠다. 아직 시즌이 아니어서 새 브랜드들이 들어오지 않아 그럴 것으로 믿는다. 스니커즈들의 종류와 브랜드가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 뭐랄까, 메종 마르지엘라 Maison Margiela부터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adidas Originals까지 브랜드는 다양했는데, 이해관계가 쏠린 탓인지 정말로 멋진 스니커즈를 모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바로 옆 고급 시계 공간의 빈티지 롤렉스 Rolex 컬렉션처럼, 가령 스니커즈 수집가들과 협의하여 아카이브를 구축할 수 있는 컬렉션 시리즈를 매달 하나씩 선정하여 판매하는 건 어떨까. 물론 그냥 상상이지마는.
바이어 분들의 수고에 건투를 빈다.
photographs by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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