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cle] TALK with HYEIN SEO


SPECTRUM No.13 / Spring 2014
‘ICON’ issue

‘토크 TALK는 스펙트럼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나눈 ‘지금 now’의 대화입니다. 첫 번째 토크로 만난 세 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둔 사진가 목예린 Ye Rin Mok, 서울 소공동에서 조용히 남성복을 만드는 슬립워커 SLWK.의 이현석과 이인우, 그리고 벨기에 안트워프에서 졸업 전시를 준비하는 패션디자이너 서혜인 Seo Hyein입니다.

text 홍석우 Hong Sukwoo
edited 홍석우, 김유림 Kim Yurim, 이지현 Lee Jihyun
photography 홍석우 Hong Sukwoo (Only in SLWK.)


TALK 03.  Hyein Seo
Fashion Student & Fashion Designer, lives and works in Antwerp, Belgium.

서혜인은 안트워프 왕립 예술 아카데미 Royal Academy of Fine Arts Antwerp 학생이다. 지난 뉴욕패션위크 기간 중 열린 브이파일즈VFILES.com 컬렉션 이후, 그는 패션계의 ‘깜짝 스타’가 됐다. 리아나 Rihanna와 투애니원 2NE1 씨엘 CL이 그의 옷을 입고, 스타일닷컴Style.com에 대서특필됐다.

TALK. 브이파일즈 VFILES.com, 이하 VFILES 컬렉션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서혜인 Seo Hyein: 석 달 전쯤 VFILES 에디터 솔로몬 Solomon이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왔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사진을 보고 연락한 것 같은데, 비행기 표와 호텔을 제공할 테니 뉴욕의 VFILES 컬렉션에 참가해보겠느냐고 물었다. 원래 경연대회 competition인데 작업을 보고 따로 연락해준 걸 나중에야 알았다. 좀 의심스러워서 미국 친구들한테 뭐 하는 곳이냐고 물어보니, 다들 ‘VFILES is cool!’이라고 하더라.

T. 이번 VFILES 컬렉션 의상들은 어떤 콘셉트로 만든 옷인가?

컬렉션 주제인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Fear Eats The Soul’는 라이너 베스너 파스빈더 R.W. Fassbinder의 영화 제목에서 가져왔는데, 원래 유명한 독일 속담이다. 3학년 컬렉션을 준비하기 전에 단테의 <신곡>과 바니타스 vanitas 페인팅, '죽음의 무도 Danse Macabre; 중세 말기에 유행한, 죽음의 보편성에 대한 알레고리를 묘사하는 미술 장르. - 편집자 주'와 같이 어둡고 아름다운 이미지와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조사하다가 찾은 '다리오 아르젠토 Dario Argento;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 편집자 주'의 고전 공포 영화를 보면서 그 판박이 표현 Cliché들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죽음의 무도’의 주제는 공포 속의 해학인데, 이 점을 현대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보고 싶었다. 

카미유 생상스 Camille Saint-Saëns가 작곡한 ‘죽음의 무도’ 대신 힙합을 틀어놓고 춤춘다든가 하는 상상으로 많은 삽화 작업 후 옷으로 풀어봤다. 아직 한 번의 컬렉션만 해봤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드로잉과 연결하는 이야기 storytelling인 듯하다. 

컬렉션을 시작할 때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놓고, 이야기의 장면들을 삽화 그리듯이 드로잉한다. 디자인 아이디어 대부분이 삽화 속에 있다. 사람들이 옷을 보고 어떠한 이야기를 풀었는지 어렵지 않게 알아챘으면 좋겠다.

T. 컬렉션을 마치고 정말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스타일닷컴, 패션 블로거 수지 버블 Sussie Bubble 등 짧고 굵게, 폭발력 있는 반응을 봤다.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숫자도 급격히 늘고, 스타일닷컴 메인페이지에 실린 것은 아직도 좀 비현실적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 인터뷰도 정말 신기하다.

T. 미디어들의 반응 이상으로, 실제'로 체감하는 반응도 있나.

생활은 예전과 마찬가지다. 다만 많은 매장과 패션 잡지에서 들어오는 요청으로 체감한다. 한 번도 내 레이블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다들 하나의 브랜드로서 촬영과 구매 요청이 들어오는 게 실제 느끼는 반응이다. 

T. 패션 매체들과는 어떤 얘기가 오가나?

몇 달 사이에 이렇게 극적으로 (삶이) 바뀌는 경우가 참 드문데, 정말 매체의 힘이 엄청나다는 걸 느낀다. 쇼 끝나자마자 <보그 이탈리아 VOGUE Italia>에서 스티븐 마이젤 Steven Meisel과의 촬영으로 옷을 빌려 갔고, 공부하면서 항상 보던 잡지들에서 인터뷰와 촬영 제의가 들어왔다. 말도 안 된다. 다 잘하고 싶은데, 아직 학생이라 졸업 컬렉션 준비로 바빠서 그만큼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T. 갑자기 혼자 감당하기 힘들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보통 학생 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한번도 스타 디자이너나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내성적인 편이라 이런 삶을 살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신난다기보다는 아직 부끄럽다. 졸업하고는 그저 좋은 메종maison에서 좋은 자제와 원단 만지고, 보면서 일하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이번 일로 개인 레이블을 만드는 것에 반 쯤 발을 담궈버린 것 같아서, 방향 설정을 잘 해야 하는 시기인 듯하다. 

T. 안트워프의 분위기는 어떤가? 잘 맞는 편인가?

굳이 (유학을) 안트워프로 온 이유 중 제일은 도시 자체가 주는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사람도 풍경도 앤트워프 특유의 회색빛 속에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다. 이다지도 정적인 도시에서 마르탱 마르지엘라 Martin Margiela나 월터 반 베이렌동크 Walter Van Beirendonck처럼 뒤틀린 아름다움에 매료된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나왔을까 하는 호기심도 있었다. 

앤트워프에서 오래 살아보니, 이 작은 도시에서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세계로 더 깊게 파고들어 가는 사색인 걸 알게 됐다. 고요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금세 떠났다. 학교도 차분하다. 대부분 집에서 작업하고, 학교에서는 개별 지도 tutorial만 받는다. 

T. 곧 다가올 봄, 4월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있나. 

여기는 방학이 여름 3개월뿐이라 한국의 봄이 정말 그립다. 유치하지만, 벚꽃 밑에서 술이나 마시고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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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ge courtesy of HYEIN SEO.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편집장을 맡았던 문화 계간지 <스펙트럼 spectrum> 13호(2014년 봄)호에 쓴 인터뷰입니다.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는 패션 디자이너 서혜인 Hyein Seo 짧게 '대화 Talk'를 나눴습니다. 제목과 내용을 편집하기 전, 원본입니다.

I wrote an interview article that named '
Talk' with Hyein Seo. to <spectrum>'s No.13/ Spring 2014 issue.


Written by Hong Sukwoo 홍석우
Fashion Journalist, <The NAVY Magazine> Editor/ Fashion Director.

서울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컨설턴트, 수필가인 홍석우는 패션 바이어와 스타일리스트, 강사 등을 거쳐 미국 스타일닷컴 Style.com 컨트리뷰팅 에디터와 서울의 지역 문화를 다룬 계간지 <스펙트럼 spectrum>과 <어반라이크 Urbänlike> 편집장 등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의 거리 사진을 올리는 블로그 ‘yourboyhood.com’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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