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for City Boys, 2017 October Issue 846.


<뽀빠이 POPEYE> 매거진은 1년 열두 달을 영리하게 배분하고 호흡의 강약을 조절하여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그들의 다양한 특집은 일본 잡지 특유의 오밀조밀하고 거미줄 같은 기획력에 맞닿아 있다.

광고주들이 돈을 쓰는 사이클을 따르는 게 눈에 보이지만, 꼭 그리 치부하기에는 남들이 굳이 하지 않을 아이디어를 기어코 실현한다(요즘은 좀 감상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가령, '당신은 스무 살 때 무얼 했습니까?'처럼). 자연스럽게 조금 힘을 빼고 보여주기도, 누가 봐도 한두 달 준비가 아닌 커다란 기획을 툭 내놓기도 한다. 에디터라는 외래어의 적확한 번역처럼, '편집자'의 본질에 가까운 일이 한국보다 이 오래된 일본 잡지에 가깝지 않은가 생각할 때도 있다.

2012년 6월 이후 - 그러니까 리뉴얼 후 - <POPEYE>에서 가장 좋은 건 '패션 특집 fashion issue'이다. 봄에도 비슷한 주제가 나오지만(보통 '도쿄 탐방'에 '매장' 및 '쇼핑' 특집을 겸해서), 역시 패션은 두툼한 겨울 외투들이 모조리 들어갈 10월호가 적격이다. 

2012년에서 2017년이 되는 사이, 패션을 편애하는 남성들 사이 일종의 클래식 classic으로 여겼던 것들에서 나는 한발 빠지기도, 조금 관심이 사그라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발을 뺀 느낌으로 '여전한' 그들을 바라보는 감각이 좋다. 더불어 무엇을 보고, 무엇을 질려버렸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쉬운가 생각한다(수년 전, 이건 반드시 오래 입을 거야! 라고 다짐하고는 수년째 잠들어 있는 내 옷장 전체에 묵념한다). 

모든 동시대 패션이 이야기하는 클래식이란, 사실 얼마나 실제 다른 분야들의 쟁쟁한 고전들, 그 발끝만큼도 대접받기 어려운가. 사람들은 얼마나 빠르고 얕게 흡수하며 얼마나 빨리 또 잊나. 상업적으로 영리하면서도, 또 조금씩 변하고 또 그대로 있는 잡지는 그래서 좀 '오래' 보고 싶다.


Seoul, S.Korea
Sat, September 16, 2017

<POPEYE> Magazine for City Boys, 2017 October Issue 846.


photograph by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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