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n Andersson, Head of Menswear Designt at COS.
Urbänlike Magazine January-February 2016
No. 29 / The TASTE issue
Chapter One – STYLE
INSPIRATION
MARTIN ANDERSSON, HEAD OF MENSWEAR DESIGN AT COS.
<어반라이크>의 패션 스토리 챕터, ‘인스피레이션 INSPIRATION’은 매호 영감을 주는 패션계 인물들의 인터뷰와 분석 기사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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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작은 마을 올로포스트롬 Olofström에서 십 대 시절을 보낸 마틴 앤더슨 Martin Andersson에게 영국 패션 잡지들은 영감의 원천이었다. 여전히 인기를 끄는 <아이디 i-D>와 지금은 사라진 <더 페이스 The Face> 같은 잡지 말이다. “영국 패션 잡지들에서 본 스타일을 재창조하고 싶었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어떤 것도 바로 살 수 없었다. 그래서 직접 공책에 디자인을 그리게 됐다.”
어린 시절부터 강력하게 영국 패션에 심취한 마틴 앤더슨은 런던으로 유학을 떠났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 Central Saint Martin College of Art & Design에서 남성복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고국의 패션 레이블 코스 COS에 오기까지 해켓 Hackett, 아쿠아스큐텀 Aquascutum 같은 영국의 유서 깊은 브랜드를 거쳤다. 그 사이 자신의 이름을 딴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그는 코스 남성복 디자인 디렉터로 컬렉션을 이끌고 있다. 항상 현대적인 기능성에 기반을 두고 패션과 문화, 예술과 고전에 관한 끊임없는 재해석으로 계속 범주를 확장한다. 지난 2015년 11월 말, 코스 청담동 프리스탠딩 매장 free standing store 개점을 앞두고 서울을 찾은 그와 대화했다.
Hong Sukwoo: 서울은 좀 둘러봤나?
Martin Andersson: 첫 방문인데, 오늘 오전 도착하자마자 바로 매장에 와서 아직 시간이 없었다. 코스가 한국에 매장을 연 지 1년 만에 지금 프리 스탠딩 매장도 열고,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들어서 기대하고 있다.
코스 청담 매장은 국내 첫 프리 스탠딩 매장이다. 직접 설명해준다면?
코스 단독매장인 프리 스탠딩 매장을 열 때마다 항상 원래 건물이 지닌 특성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둔다. 뉴욕 매장은 17세기부터 지하에 있던 우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이탈리아 매장은 로마 시대 벽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청담 매장은 원래 건물의 특징이던 1층부터 4층까지 관통하는 계단을 공간과 어울리도록 살렸다.
특히 청담 매장에는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 Na Kim와 북 소사이어티 Book Society 구정연 Helen Ku 디렉터의 협업으로 한국 예술가들의 작품을 모아 <섀도 오브젝트 Shadow Objects>라는 전시를 함께 연다. ‘한국 지역 특성에 맞춘 일상용품들의 시각적 재해석’이 주제라고 들었다. 이처럼 지역 문화 local culture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가 있나?
우리가 매장 위치를 정할 때 원래 존재하던 전통을 존중하는 부분과 맞닿아 있다. 항상 매장을 여는 지역 사회에 어떻게 공헌할 수 있을까 방법을 모색하는데, 우리가 언제나 예술과 인테리어 디자인 등 모든 분야에서 영감을 받기 때문에 그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됐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항상 현지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와 그들의 재능에 관심 두는 것도 마찬가지다. 1년 전 코스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김영나와 함께 <코스 x 서울 COS x Seoul> 출판물을 만들었다. 이번 전시는 그때 인연이 이어진 셈이다. 특히 청담 매장에 생긴 프로젝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리 브랜드 철학과 맞닿은 현지 예술가들의 전시로 꾸미자고 생각이 닿았다. 우리는 ‘일상의 본질 everyday essential’을 가장 큰 가치로 두고 제품을 만든다. 이처럼 일상용품을 재해석하면 연결점이 있겠구나 싶었다.
© <Shadow Objects>, 26 November 2015 – 26 January 2016. project space 4th floor, COS Cheongdam free standing store.
개인적으로 2015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 Milano Design Week 2015에서 선보인 예술 건축 그룹 스내키텍처 Snarkitecture와 만든 설치 작업 installation이 강렬했다. 코스 로스앤젤레스 LA 팝업 매장 인테리어 작업도 그들과 함께했다.
컬렉션을 디자인할 때 미술품이나 디자인, 건축 등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조사하던 중 스내키텍처를 이끄는 대니얼 아샴 Daniel Arsham이 반복해서 눈에 띄었다. 그래서 그분들에게 연락을 드렸고, 기꺼이 협업하겠다고 해서 그런 엄청난 작업을 만들게 됐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Downtown 지역은 창조적인 동네로 이제 막 떠오르는 중인데, 그 지역에 코스 매장이 없어서 팝업 매장을 열었다. 코스 컬렉션의 실루엣을 얇은 금속 철판으로 잘라서 만든 작품으로 공간을 꾸몄고, 대단히 멋진 반응을 얻었다.
© COS x HAY homeware collection, 2015.
코스는 특히 시각 요소 visual elements를 통한 브랜딩 branding에 큰 힘을 쏟는다. 이 점 또한 특별히 의도한 부분인가?
코스는 굉장히 명확하고 뚜렷한 브랜드 유전자가 있다. 굉장히 절제한 세부 마감과 단순한 디자인 요소가 기성복 컬렉션뿐만 아니라 매장 인테리어와 인쇄물에도 통일되게 드러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또다른 중요한 부분은 ‘촉감 tactility’이다. 실제로 만졌을 때 어떻게 느껴지는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옷감뿐만 아니라 모든 인쇄물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룩북 종이 질감부터 가격표까지 적절한 감각을 제대로 구현했는지 무척 신경 쓴다.
개인적으로 잡지 <판타스틱 맨 FANTASTIC MAN>의 열렬한 팬이라 욥 반 베네콤 Jop van Bennekom과 거트 용커스 Gert Jonkers가 <코스 매거진 COS Magazine>을 만들었을 때, 무척 놀라웠다. 어떻게 협업하게 되었나?
먼저,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코스의 세계관을 나타내고자 했다. 어떤 것들에서 영감을 받는지 소개하고, 캠페인 광고 작업도 고객들과 직접 나누고자 했다. <판타스틱 맨>과 협업한 이유는 아마도 둘 다 공유하는 인쇄물에 대한 관심사가 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쇄물의 감촉, 아름다운 편집 구성 등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래서 지금은 굉장히 잘 구축한 협업 체계가 세워졌다. 우리 디자인 팀이 컬렉션을 만들면, 그들이 사무실에 온다. 함께 탁상에 둘러 앉아서 어디서 영감을 얻었는지, 컬렉션에 관해 얘기한다. 어떤 콘텐츠를 넣을지 의견을 나눈 다음, 디자인 배치부터 전반적인 진행은 <판타스틱 맨>의 방식대로 진행한다.
© COS Magazine Spring/Summer 2017.
‘현대적이고 기능적이며, 여성과 남성을 고려한 디자인 Modern, functional, considered design for women and men.’ 코스 웹사이트 cosstores.com에 있는 문장이다. 남성복 디렉터로서 추구하는 디자인 가치는 무엇인가?
코스의 핵심에는 ‘모두를 위한 좋은 디자인 Good Design for Everyone’이 있다. 고급 지향에 높은 품질이지만, 합리적인 가격대로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또한, 시간과 유행을 넘어서 입을 수 있으면서도 현대적이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충족하고자 미학적으로 절제한 디자인을 중심에 둔다. 사실 코스에는 북유럽 디자인 정서도 많이 녹아 있다. 매우 깨끗한 선과 기능성이 그렇다. 화려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여밈과 주머니 등 옷의 세부 요소에 획기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 특히 깨끗한 흰 셔츠는 코스의 키 아이템이다. 우리는 흰 셔츠를 매 시즌 다른 모습으로 선보인다. 마치 하얀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
예전 인터뷰에서 ‘마이애미 아트 페어 Art Fair Miami’에 간다는 얘기를 봤다.
아트 페어를 즐겨 찾는다. 2016년도 봄/여름 컬렉션에 영감을 준 제이콥 하시모토 Jacob Hashimoto 작품도 마이애미에서 접했다. 런던의 훌륭한 갤러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출장 다니면서 여행할 때마다 지역 갤러리들에 방문해서 영감을 찾으려고 한다. 이번에도 빡빡한 일정으로 오긴 했는데, 내일 시간이 되면 서울에 있는 갤러리들도 둘러보려고 한다. 또한, 매 시즌 지속해서 영감 받은 것들은 20세기 중반 모더니즘 작품들이다. 북유럽에 뿌리를 둔 아르네 야콥슨 Arne Jacobsen이나 핀 율 Finn Juhl의 작품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현대적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디자인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도 하나?
취미로 스칸디나비아 Scandinavia 지역에서 만든 도자기를 모은다. 이런 부분도 ‘코스 월드 COS world’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맞닿아 있다. 코스의 디자인 미학과 잘 맞았기 때문에 여기서 일할 수 있기도 하고.
요즘 세계 패션 시장은 10여 년 전과는 아주 달라졌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코스가 새로운 고객들을 위해 추구하는 전략이 있다면?
코스는 브랜드 정체성 brand identity가 굉장히 강하다. 어떤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다른 브랜드의 전략과 스타일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내적인 부분을 계속 들여다본다. 이전 시즌과 비교해서 우리가 어떻게 발전하고 나아갈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다. 우리 스스로 가장 날카로운 비평가들이라고 할까. 그런 눈을 가지고 들여다보면서 내면적으로 성장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지금의 코스가 될 수 있었다.
이제 소셜 미디어는 삶에서 빼놓을 수 없게 됐다. 코스는 어떻게 이를 활용하고 있나?
소셜 미디어는 물론 중요하고 우리도 활용한다. 하지만 판매를 위해 메시지를 지속해서 토하기보단 굉장히 선별해서 사용하고 있다. 브랜드로서 고객들에게 소리치기보다는 ‘속삭인다’고 표현하면 적절하겠다. 그래서 광고도 잘 하지 않고, 차분하고 정적으로 다가선다. <코스 매거진> 역시 우리가 고객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효과적인 수단인데, 지금은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이기 때문에 큰 소리로 말하는 것보다 또박또박 조용하게 이야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도 소셜 미디어에 제품을 소개하지만, 서울에서 발굴한 도예가를 소개하는 것처럼 코스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고객들과 조용히 나누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 인상적으로 본 영화가 있나?
빔 밴더스 Wim Wenders 감독이 브라질 사진작가 세바스치앙 살가두 Sebastian Salgado의 삶과 작업을 다큐멘터리에 담은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 The Salt of the Earth, 2015>을 추천한다. 경이로운 삶과 자연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들이 코스를 입길 바라나?
코스의 고객들은 어떠한 공통된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규정하기보단 굉장히 창의적인 심성을 지닌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대도시 사고방식 big city mindset’으로 부른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어떤 공통점이라 할 수 있는데, 문화에 민감하고, 갤러리와 잡지, 블로그를 보면서 최신 흐름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이들이다. 또한, 좋은 디자인을 알아보고 원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자동차나 옷을 살 때, 혹은 무엇을 살 때도 취향이 명확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안다. 나이로 구분할 수는 없다. 서울이든, 홍콩이든, 베를린이든 공통으로 이런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특정 지역에 맞춘 컬렉션을 만들지 않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코스 월드를 만들어낸 사람이나 소비하는 사람들 모두 비슷한 태도를 지니고 있으니까.
© COS Spring/Summer 2016 women’s and men’s collection, 2016.
WORDS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코스 COS
ASSISTANT 이남호 Lee Namho
© Martin Andersson, head of menswear design at 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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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라이크 Urbänlike> 매거진 2016년 1-2월 합본호에 쓴 글입니다.
Written and interviewed by Hong Sukwoo 홍석우
Fashion Journalist, <The NAVY Magazine> Editor/ Fashion Director.
서울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컨설턴트, 수필가인 홍석우는 패션 바이어와 스타일리스트, 강사 등을 거쳐 미국 스타일닷컴 Style.com 컨트리뷰팅 에디터와 서울의 지역 문화를 다룬 계간지 <스펙트럼 spectrum>과 <어반라이크 Urbänlike> 편집장 등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의 거리 사진을 올리는 블로그 ‘yourboyhood.com’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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