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ca M10, Day 4


렌즈에 빛이 잡힌다고 할까. 그런 재미를 조금씩 느끼고 있다(물론 오직 이 카메라만 되는 건 절대로 아니다).

레인지파인더 Rangefinder 초점은 물론 적응이 필요하지만, 생각보다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흐릿한 상 두 개가 하나로 만나는 '이중 합치' 방식은 빠른 자동 초점으로 툭 찍던 그간의 카메라와는 전혀 다르다.

사실 더 빠르게, 더 편하게 찍는 방식으로 사진기 역사가 발전한 걸 떠올리면, 이 방식은 구시대의 유물이다. 그러나 렌즈 위에 암호처럼 새겨져 있던 - 라이카 Leica Q의 28mm 붙박이 주미룩스 Summilux f/1.7 렌즈에도 있던 - 숫자의 '쓰임새'를 드디어 체득한다.

RF 방식 광학식 뷰파인더는 전자식이 아니다. 지금 쓰는 35mm 주미룩스 f/1.4 렌즈의 화각만 대강 보여줄 뿐, 심도나 노출, 자동 초점 등 보통 카메라에 다 있는 기능이 없다. 조리개를 조였다가 풀면서, 렌즈에 들어오는 밝기를 가늠하고, 그에 맞춰 거리계의 미터 m 표시를 돌리고, 적응한다.

흐릿한 상을 하나로 맞춰 선명한 초점을 만든다.
심도 표현이 안 되는 뷰파인더에서 다시 조리개를 조절하며, 몇 번씩 셔터를 누른다. 찰칵, 하는 기계음이 조용하면서도 경쾌하다.

며칠 써보니 가장 문제는 이중 합치 초점이 아닌 뷰파인더 속 프레임 라인에 걸리는 렌즈 ‘후드’이다. 35mm 프레임 라인은 뷰파인더 안에 꽉 들어찬다. 여백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넓고 시원하게 보이긴 하지만, 걸린 후드가 꽤 커서 정직하게 뷰파인더를 바라보지 않으면 방해가 된다. 의도대로 프레임을 만들기는 아직 능숙하지 않다.

후드를 떼어내면 해결될 문제이긴 한데, 그러고 싶지 않으니 더 자주 찍어보면서 적응(?)하려고 한다.
안 보이는 일부를 상상하면서.







Seoul, S.Korea
Mon, February 12, 2018


Leica M10, Day 4


photographs by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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