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Own 20 Century 나의 20세기 _ Tue, February 21, 2017
Seoul, S. Korea
Tue, February 21, 2017
집을 정리하다가 책장에서 수직 낙하한 오래된 국내 힙합 카세트테이프들이 들어 있던 상자 안에서, 왜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는 종이 꼬리표를 하나 발견했다. '슈퍼스타 3 Super Star III'라고 적힌 아디다스 Adidas 스니커즈 제품 꼬리표였다.
오래된 추억이라 버리지 말고 잠시 눈에 띄는 데 놓아둘까 하다 그제 사진을 한 장 남겼다. 오늘 다시 보니 몇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다. 하나는 정확한 연도를 기억하지는 못했으나 확실히 고등학교 시절이라는 것. 오른쪽 아래 숫자 '295'는 내가 샀던 신발 치수였고 그때까지는 295mm 정도면 뭐, 보통이었다(물론 내 운동화 정 치수는 270mm이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가 아니라 동대문운동장이 있던 시절, 지금 밀리오레 맞은편에 있던 아디다스 매장에서 군함처럼 거대한 흰색 운동화를 산 기억이 후추처럼 재빠르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아직 운동화를 '메이드 인 코리아 Made in Korea' 즉 한국 생산으로 만들던 시절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스니커즈'를 좋아하던 또래 친구들끼리 이태원 어딘가에 퍼진, 부산에 공장을 둔 B급 스니커즈들의 경험담을 속삭이던 기억도 기어 올라왔다.
이게 뭐라고, 제한된 정보만 담은 종잇조각 하나에 혼자 새벽에 괜히 픽 웃음이 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든 스니커즈가 - 점점 더 발전하는 기술은 은유처럼 담아내더라도 - 디자인만큼은 복고풍으로 가곤 했는데, 1990년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이던 '당대'에는 아직 문화가 완성형이지 않았고 과거를 발굴하는 대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리라고 믿었던 건 아닐까. 아니, 그러한 믿음을 지닌 마지막 시대였던가. 2017년에는 슈퍼스타 '1980'이 팔리는데, 저 때는 1과 2를 넘어 세 번째 모델이 나왔다. 한 세대 바로 전을 촌스럽다고 치부하고 멀리한 채 이전의 모든 향수를 움켜쥐었던 흐름을 넘기고는 다시 1990년대의 모든 것에 빠지는 지금, 90년대 특유의 분위기만큼은 책으로 배운 게 아니었으니, 하고 묘한 친근감이 든다.
어쩌다 발견한 나의 20세기였다.
photograph by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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