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15, 2014

a snowy day _ mon, December 15, 2014

함박눈이 쏟아지기 직전 비탈길에 염화칼슘을 골고루 뿌렸다. 한 시간 남짓, 운동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몸이 땀에 젖는다. 가을의 낙엽 쓰는 경비아저씨들에게 감사하는 만큼 눈 치우는 모든 분에게 같은 마음을 갖자고 경험으로 느낀다.

새벽에 잠을 잘 못 잘 정도로 오늘 할 일이 많다. 그 일들 대부분이 내가 서툰 것이어서 사실 긴장했다. 이제 손을 떠난 일들은 새로운 화답이 오기까지 잠시 치워두고, 다시 기존에 하던 일들을 하나씩 마무리해야 한다. 눈이 쌓이고, 쌓이는 눈 때문인지 월요일치고 퍽 조용하다. 어디선가 구슬픈 여가수의 노랫가락이 한 소절, 지나는 아저씨들 목소리에 얽히고 섞인다. 할 일은 분명히 많은데, 나는 겨울의 이러한 기분을 예전부터 별로 싫어하지 않았다.

Friday, November 28, 2014

Richard Haines of 'What I Saw Today'


Seoul, S. Korea
mon, November 24, 2014
Richard Haines 리처드 헤인즈, artist & fashion illustrator, blogger of 'What I Saw Today'.


place: Studio BONE, 247-22 B1F, Nonhyun-dong, Gangnam-gu

약 2년 전 친구 리키 Rickey Y. Kim가 이메일로 리처드 헤인즈 Richard Haines를 소개해주었다. 마침 <스펙트럼 spectrum> 매거진을 만들 때라 예술가들의 작품를 소개하는 '셰어즈 SHARES' 챕터에 그의 삽화 illustration를 실었다. 그리고 올해 11월 하순, 리처드는 우리나라 패션 브랜드 톰보이 TOMBOY와 협업 collaboration하여 여섯 벌의 코트를 입은 여성을 그렸고 그 작업의 일환으로 서울에 왔다. 마침 리키에게 꼭 만났으면 좋겠다는 이메일이 왔고, 몇 번의 일정 조율 후 대면하게 되었다. 
리처드는 패션 디자이너로 수십 년을 살았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하고 싶어 한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을 걷기로 했다. 당시 기업 덩치를 줄이던 여러 패션 회사들이 그의 연봉을 맞추기 어려웠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노라고 했다. 그는 그림을 그리며 '내가 오늘 본 것들 What I Saw Today'라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벌써 6년 전이니 '패션 블로그'의 초창기 시절이었다. 스트리트 패션 사진이 아닌, 길거리와 일상과 컬렉션장에서 마주한 인물을 소묘 drawing로 선보이는 것은 흔치 않았다(지금도 마찬가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곳에서 연락이 왔고, 몇 번의 협업과 프로젝트, 매체 기고와 개인 작업을 병행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는 제이크루 J.Crew와 처음 큰 규모의 협업을 진행하고 진열장 showwindow에 걸린 순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참 멋진 작업이라 생각한 것은 프라다 Prada와 만든 여섯 벌의 티셔츠 T-Shirts였다. 
저녁 무렵 스튜디오에 도착한 리처드와 악수하며 '손 hands'이 유독 눈에 들었다. 그의 손은 키만큼이나 컸고, 나이에 걸맞은 주름이 졌고, 손톱 사이에 검은 때가 빼곡히 끼어 있었다. 그 '검정'은 작업과 삶이 그리 분리되어 있지 않은 다른 창작자들을 떠올리게 했다. 여행 때 항상 스케치북과 작업 도구를 들고 다닌다면서, 오늘 낮에 만나서 그렸다는 그림도 몇 장 보여주었다. 대화는 유쾌했다.
인터뷰하며 특히 흥미롭다고 느낀 점은 두 가지였다. 모든 작업을 손으로 시작하여 마무리하는 '그림'을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 SNS 같은 디지털 매체로 보여주면 사람들이 열광한다는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미리 찾아본 인터뷰에 빼놓지 않고 들어간 그의 어린 딸에 관한 내용이었다. 큼지막한 손에 쥐니 별로 커 보이지 않은 하얀 아이폰 6 플러스 iPhone 6 Plus 사진첩을 뒤져 그가 보여준 사진은 내년에 대학생이 된다는 딸이 집 소파에 누워 두 발을 모퉁이에 올린 채 맥북 MacBook을 만지는 모습이었다. 
평범하고, 그러면서도 십 대 소녀답고, 여느 흔한 가족이 사는 집안 풍경의 조각. 어떤 대단한 창작의 비결이 아니라, 이러한 지점과 순간을 새로 낼 <스펙트럼>에 담고 싶었다. 그의 작업 특유의 여백과 상상, 그 여유로운 분위기처럼 말이다.

designerman-whatisawtoday.blogspot.com / instagram@richard_haines

Wednesday, November 26, 2014

Bajowoo of 99%IS-

  

Seoul, S. Korea
tue, November 25, 2014
Bajowoo 박종우, 99%IS- designer


place: SFDF SAMSUNG FASHION & DESIGN FUND 10th Anniversary, Heartist House, 89 Samcheong-ro, Jongno-gu

Bajowoo is super talented fashion designer of his own label 99%IS-. He was established Punk rock inspired 99%IS- in 2012, and now He's a winner of SFDF 2015. My heartiest congratulations!

homepage: www.99percentis.com / instagram@99percentis

Monday, November 24, 2014

a calm afternoon _ mon, November 24, 2014

일요일에 회사 가는 혜진이가 택시 타는 걸 배웅하고 오랜만에 종로2가 중고서점에 들렀다. 일요일 오후, 구름 낀 하늘은 탁했지만 지하에는 책을 보고 사고파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마땅한 책을 고르기에는 너무 많은 책이 있어서 서점에 가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렇게 잘 정리되어 있는데도. 몇 권을 집었다가 펼쳤다가 눈길 간 곳은 새로 들어온 어느 철학자의 수필집이었다. 프랑스 사람이 지은 시리즈인데, 제목도 저자도 금세 잊었지만 무언가 '원한다'는 말이 제법 맴돌았다. 바로 전까지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살다 보면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사소한 것부터 꽤 큰일까지.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단어 중 긍정적인 축에 드는 단어임이 분명하지만, 용기가 꼭 올바른 방향으로, 아니면 옳은 길로 귀결되진 않았다는 걸 얼마 되지 않은 경험치로 터득하기도 했다. 어느 행동에 앞서 머릿속으로 무수하게 상상할 때, 그 실현 단계까지 가는 한두 발짝을 딛는 게 어찌나 스트레스로 다가오던지,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막상 겪으면 별거 아닌 경험으로 잊게 되어도, 비슷한 일을 엇비슷하게 갈등하는 것은 사람의 천성이려나.

늦은 점심을 먹고 부른 배를 소화하기도 전에 버스를 타자마자 졸았다. 겨울 초입인데도 따뜻해서 거북목 터틀넥 스웨터와 양모 wool 코트와 모자 사이로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몇 번인가 깼다. 결국, 한 정거장 지났고 덕분에 덕수궁 주변을 산책할 수 있었다. 덕수궁 대문을 지나 시청 별관 주변에 들어서니 올봄 무슨 심사위원에 위촉되어 서둘러 들어가다가 이 건물 로비에서 처음 세월호 속보를 목격한 일이 떠올랐다. 정보의 혼선으로 실종자의 숫자가 아직 뒤바뀌기 전이었다. 모두가 쓰린 기억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후문 돌담길도 생각하니 처음 걸어보았다. 돌기둥 네 개가 삼각 지붕을 받친 구세군중앙회관 건물이 돌담 안에 늘어선 노란 은행나무와 바닥에 소복이 쌓인 낙엽과 잘 어울렸다. 모두가 웅성대는 서울 속 뜻밖의 조용한 오후였다.

Thursday, November 20, 2014

pines


Gangwon-do, S.Korea
sat, October 04, 2014

place:
Sokcho-si, Gangwon-do

pines

Fireworks at the Sokcho beach








Gangwon-do, S.Korea
sat, October 04, 2014

place:
Sokcho-si, Gangwon-do

Fireworks at the Sokcho beach


grandfather, 146


Seoul, S. Korea
sat, November 01, 2014
unknown ( ),


place: Hwanghak-dong(Dongmyo) flea market, Sungin-dong, Jongno-gu

all clothes brands _ unknown

homepage: unknown

The Four Men


Seoul, S.Korea
thu, October 30, 2014

수기 msk shop & Good Night and Good Luck가 나와 혜진이에게 술 살 일이 있어서 만나기로 한 날이었는데, 사실 완벽하게 잊고 있었다. 저녁에 어디냐고 문자가 오길래 얘도 클럽 모나코 CLUB MONACO 행사 오나 싶었지. 그러다 인원이 늘어서 오랜만에 (아내의 출산을 앞둔) 희강이 형도 보고, 카시나 Kasina 춘식이 형도 보고, 도연이 Maps magazine도 우리 기준으로는 제법 오랜만에 보고. 곱창에 소주를 들이켜다가, 커머스 펍 Curmas Pub 가는 길에 넷이 걷는 게 왠지 마음에 들어 사진으로 남겼다.


Tuesday, November 18, 2014

Calendar _ tue, November 18, 2014

집에 있던 달력은 아주 전형적인 것들이었다. 불교를 믿는 할머니에게 온 커다란 것, 은행이니 어디서 온 작고 책상 위에 세울 수 있는 것들. 때가 되면 죽 찢어 버리고, 빨라지는 세월만큼 다시 재활용함으로 들어가는 것. 손으로 무언가 쓰고 낙서하기를 좋아했지만 달력은 딱 그 정도의 가치였다. 변한 것은 스무 살 이후였다. 대학에 들어가고서 컴퓨터 본체 위, 어질러진 책상 위 어딘가에 올라간 탁상용 달력에 볼펜으로 빼곡히 무언가 적었다. 할 일과 한 일들. 일기는 프리챌 커뮤니티와 네이버 블로그에 주로 적었지만, 어떠한 표식을 남기고 그 날짜에 무언가 했다는 걸 다시 확인하는 것은 제법 재미있는 규칙이었다. 고등학생의 시계 視界와 대학생, 즉 스무 살이 넘어 강남 촌놈을 벗어나게 된 이후의 세계는 많이 달라졌으니까, 내게는. 이후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가 왔다. 종이로 만든 많은 것이 부정되었다. 부정이라고 표현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힘이 빠진 것은 사실이었다. 탁상용 달력은 주로 은행에서 겨울 언저리에 부모님께서 받아오신 것들이었다. 블로그와 이메일에 익숙해지는 만큼, 기록의 영역이 온라인으로 바뀌자 탁상용 달력도 시야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일정의 기록은 온전히 스마트폰이 차지했다.

이십 대 중반 언제인가, 다시 달력이 달라졌다. 아마도 도쿄 여행에서 마음에 드는 달력을 발견한 이후일 것이다. 이미 많은 걸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무렵이어서 굳이 달력을 '보러' 가진 않았지만, 한 번 꼭 가보리라 생각한 아오야마 동쪽의 어느 서점이었다. 2층에 있는 그 서점 주인은 내가 무척 좋아하던 아트 디렉터와 오랜 친구이기도 했고, 당시 열광한 잡지 <모노클 Monocle>의 추천 장소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부러진’ 어느 책 인터뷰를 위해 그를 만났고, 친절하고 한국 문화를 좋아하던 일본인 부인이 나의 인터뷰를 도와주었다. 연말 분위기를 내느라 분주하던 서점 한 귀퉁이에서 달력을 하나 발견했다. 거의 모든 날에 빨강을 칠한 달력이었다. 서점 주인이 설명하기를, 이 달력을 만든 그래픽 디자이너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경일을 달력에 넣었다고 했다. 그래서 검은 보통의 나날보다 빨갛게 쉬는 날이 훨씬 많았다. 아마 달력이 아주 멋졌다고 해도 일본 명절만 표시되었다면 사진 않았을 것이다. 달력을 결제하려고 체크카드를 내밀었는데 이 카드는 숫자가 양각 陽刻되어 있지 않아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은 전자식 신용결제 기기 대신 작은 금속 기계에 카드의 파인 번호를 넣고, 그 번호를 인식하면 결제한 종이와 영수증이 나오는 구식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었다. 지갑을 뒤져 신용카드를 냈다. 모르긴 해도 내 돈 주고 처음 산 달력이었다. 왠지 모르게 그에 걸맞은 결제 방식이라 생각해서 오래 기억에 남았다.

어떤 쇼핑은 혈안이 되어 찾아다니지만, 그래도 내게 오는 물건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일종의 경험으로 터득한 진리다. 우연히 발견한 소설가의 절판된 책, 사진가의 사진집, 새것과 다름없는 어느 테일러가 만든 캐시미어 코트 같은 것은 찾아다니지 않았지만 무척 자연스럽게 내게 왔다. 도쿄에서 달력을 산 이후로,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달력을 발견하거나 의도하지 않게 하나씩 내게 온다. 마음에 들고 예쁜 것이라면 사고, 그렇지 않아도 누군가 - 아직 달력의 즐거움을 아는 누군가가 - 만들어 선물해주었다. 그렇게 한 해에 딱 하나씩 마음에 드는 달력을 모은다. 지난 햇수로 치면 아마 일고여덟 개 정도 되었다. 그리고 훗날을 떠올린다. 한 해에 하나씩 마음에 드는 달력을 차곡차곡 모아 언젠가 내가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그것들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종이와 기록은 충분히 ‘디지털’로 대체할 수 있다. 어쩌면 더 편하고 사람들은 그에 적응했으며 나 또한 그중 한 명이다. 하지만 종이 달력은 그걸 매일 펼치지 않아도 일 년에 하나씩 늘어난다. 집착이 아닌 자연스러운 물건의 흐름이 내게는 달력에 있다(고 믿는다). 그런 상상을 하며 오늘, 좋은 달력 한 부를 고맙게 받아 새로 펼친다.


Seoul, S.Korea
tue, November 18, 2014

Beautiful calendar by hijk press
Hur Yu and JANG WOO CHUL, 365 days, 53 weeks, and 12 months from 2015
Printed and Bound in Seoul